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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글쓰기

글쓰기 동반자로 만나는 AI

 

얼마 전 퇴사를 하고 시간이 생기면서, 예전 글들을 다시 꺼내보기 시작했다.

그때 떠오른 건 AI였다. 과거의 문장을 지금의 언어로 고쳐보고 싶었고, 그 작업을 좀 더 수월하게 도와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대였다. 검색이나 요약, 혹은 조금 더 나은 문장 제안 정도를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를 이어갈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기술적인 정확함이나 빠른 정보 정리는 예상한 범위였다. 그런데 AI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건 단순히 ‘정리’로 끝나는 도구가 아니었다. 내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생각을 이어주고, 때로는 놓친 맥락을 되짚어주는 능력이 훨씬 더 인상 깊었다. 점점 AI가 어떤 '도구'라기보다, 생각의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요즘은 ‘AI 때문에 사라질 직업’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 정도는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론 ‘AI 오퍼레이터’라는 새로운 역할이 분명 생겨날 거라고 확신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오퍼레이터는 단순히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AI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사고하는지, 그 사고의 흐름을 어떻게 끌어내는지를 아는 사람을 말한다.

AI는 기본적으로 똑똑하다. 하지만 내가 전후 맥락 없이 어떤 정보를 요구하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잘못된 정답을 내놓을 때도 많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AI가 잘못된 정보를 던지지 않도록 주변에 일종의 안전 그물망을 설치해줘야 한다. 나는 이 역할이 바로 AI 오퍼레이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 없이 던진 말에는 역시 그런 수준의 결과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생각을 최대한 정리하고, 적절히 연결해주면 그 연결점에서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나는 그 가능성 중 하나를 골라 생각을 확장해나간다. 그래서 더더욱 ‘함께 글을 쓴다’는 감각이 생긴다.

AI를 단순히 생산성 도구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AI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그 강력한 생산성에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그 관점에서는 “얼마나 정확하게 원하는 걸 뽑아내는가”가 전부일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글쓰기의 동반자로 AI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을, 미래의 내가 다시 읽었을 때 "아, 이건 분명히 내가 쓴 글이야"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글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AI와의 대화는 그런 글쓰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통로다. 머릿속에 엉켜 있던 문장들을 하나씩 꺼내놓으면, 그것을 정리해주고, 잊고 있던 맥락을 다시 꿰어준다. 덕분에 예전보다 글을 쓸 때 덜 헤매게 됐다. 물론, 내 사고가 약간은 느슨해졌다는 생각도 들지만 동시에 사고의 방식과 폭은 이전보다 훨씬 더 넓어졌다. 스스로 정리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비로소 '문장'이 되는 순간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AI를 점점 더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크게 느끼는 점이 있다.

AI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알려줘”, “찾아줘”, “정리해줘”라고 명령하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떻게 이해하고 싶은지를 조금 귀찮더라도 더 많이 설명하고 이야기하면, AI는 훨씬 풍성한 정보를 나에게 돌려준다.

나는 이제, 그런 관계가 더 나은 글을 만든다고 믿는다.